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지난해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이중고’ 속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한때 우리나라 수출 효자 노릇을 하던 석유화학 산업이 이제는 생존을 위한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른 상황이다.
업계는 이제 ‘범용 제품’으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는 판단 아래 독보적인 기술력이 필요한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개편, 체질 개선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6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6개사(롯데케미칼,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 부문,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에쓰오일 석유화학 부문,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합산 영업손실은 총 1조650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합산 손실액인 6144억 원에서 1조 원 넘게 적자 폭이 불어난 수치다.
기업별로 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943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손실 규모를 키웠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문 역시 영업손실 356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확대됐다.
정유사 계열의 화학 부문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 부문은2365억원의 적자를 내며 적자 전환했으며, 에쓰오일(S-OIL)의 석유화학 부문 또한 136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역시 2491억원의 영업손실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늘어났다. 금호석유화학은 27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다만 전년 영업이익(2728억 원)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해 사실상 업황 악화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석유화학 6개사의 실적 하락 배경으론 중국이 꼽힌다. 과거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최대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설비 증설을 단행하면서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으로 저가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에틸렌, 폴리에틸렌(PE) 등 이른바 ‘범용 제품’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에 주요 제품의 국제 거래가격은 급락했고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에틸렌 스프레드(제품가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는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밑도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위기에 몰린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핵심 키워드는 ‘탈(脫)범용’과 ‘스페셜티 확대’다. 석유화학사들은 이미 동일 단지 내 설비 통합, 노후 설비 가동 중단 등 산업 구조 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범용 제품의 비중을 줄이고 독보적인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롯데케미칼은 수익성 악화 주범으로 꼽힌 기초화학 제품 비중을 줄이고 고기능성 소재 확대를 추진한다. 스페셜티 확대의 일환으로 전남 율촌산업단지 컴파운딩 공장 생산라인을 현재 11개에서 연말까지 23개로 늘릴 예정이다. 컴파운딩은 플라스틱 소재를 섞어 기능을 향상시키는 공정을 말한다.
그러면서 롯데케미칼은 “올해는 사업 포트폴리오 내 범용 석화사업 비중 축소와 미래 성장 기반 구축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략을 이행해 나갈 계획”이라며 “고기능성 소재 확대 및 친환경 에너지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은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석유, 화학, 그리고 LNG 밸류체인에서의 수익성을 극대화해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수익성이 견조한 제품군과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사업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첨단 소재, 생명과학 등 각 사업 부문별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하며 고부가 산업 구조의 전환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