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오일뱅크 대산 공장 전경 [출처=HD현대오일뱅크]](https://cdn.ebn.co.kr/news/photo/202506/1666742_681715_1558.jpg)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고조되면서 정유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단기 실적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싹트지만 양국의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유가 급등이 원가 부담을 증대시키면서 정제마진 하락을 부추길거란 이유에서다.
17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지난 13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7.3% 오른 72.9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일일 상승 폭이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 가격은 4.87센트 상승한 배럴당 74.23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저녁과 13일 새벽(현지시각) 200여 대의 전투기로 이란 핵시설과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감을 키웠다.
양국의 갈등이 확대될 경우 유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하루 약 3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 수준을 담당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가 정유 업계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제유가가 오를 경우 일시적으로 실적 반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과거 저가에 사들인 원유 재고 가치가 오르면서 재고평가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석유제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정제마진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이상 급등하면서 정유업계에 역대 최대 규모의 흑자를 안겼다.
다만 고유가 장기화될 경우 득 보다 실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 급등이 오히려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가 상승으로 원유 도입 비용이 늘어나면 석유제품의 수요가 부진하면서 정제마진 하락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동 정세 전개에 따라 향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리스크도 존재한다. 보통 정유업계는 연간 10억배럴 이상의 원유 전량을 해외에서 달러화로 사들인다.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 구조를 지녔다. 이 과정에서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연간 1000억원의 환차손(환율변동에 따른 손해)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나리오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가 통과하는 주요 에너지 수송로다. 해협이 봉쇄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 등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KB증권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원유와 정제유 해상 물동량의 20% 이상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동 긴장 재점화로 인해 국제유가가 90~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이란산 원유를 넘어 주요 중동 수출국들의 공급 불확실성 부각 시 국제유가의 단기 상방 변동성 장세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중동 지정학적 긴장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전개 시 주요 석유 수출국들의 공급 불확실성까지 고조돼 단기적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뿐만 아니라 90~100달러까지 돌파 가능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