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EBN AI 그래픽 DB]](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0356_662766_68.jpg)
석유화학 업계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범용 소재 생산 확대와 경기 침체 장기화로 업황이 악화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으로 중국발(發) 공급 과잉이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4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전날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적을 발표하고 국내 석유화학 '빅4' 가운데 가장 먼저 성적표를 공개했다.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침체에 LG화학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60% 넘게 감소하며 부진했다.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91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8% 급감했다. 이로써 LG화학의 영업이익은 2021년 5조264억원의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이후 3년 연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8조9161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줄었고, 순이익은 5150억원으로 74.9% 감소했다.
특히 4분기 25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동기(영업이익 2474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하는 쓴 맛을 봤다. 분기 적자는 2019년 4분기(-276억원) 이후 5년 만이다.
LG화학의 실적 부진 배경으로 가장 먼저 중국발 공급 과잉을 꼽는다. 그동안 석유화학 업계는 대규모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에 값싼 원료를 투입해 수출을 늘려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중국이 대규모 설비 증설을 바탕으로 가격 우위 전략을 앞세우면서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됐다.
때마침 전기차 시장이 얼어붙은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과 수익성이 급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25조6196억원, 영업이익 575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24.1%, 영업이익은 73.4% 줄어든 수치다.
업계 첫 성적표를 받은 LG화학의 실적이 실망감을 안기면서 다른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는 모습이다. 전날 LG화학을 시작으로 이날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6일), 롯데케미칼(7일) 등이 순차적으로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경쟁사 대비 상황이 나은 편에 속한다. 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지난해 전년 대비 12.8% 감소한 313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8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솔루션은 39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올해 업황도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에 이어 최근 중동까지 증설에 동참하면서 공급 과잉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분위기가 감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에틸렌 연산은 6007만톤으로 지난 2020년(3218만 톤)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난다. 오는 2027년 추정 연산은 7225만 톤이다.
이런 가운데 중동 마저 미래 먹거리로 석유화학을 점찍고 나서면서 중동발(發) 공급이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중동에서 추진하는 에틸렌 프로젝트 예상 물량은 연간 1123만 톤으로 이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에틸렌 연산(1280만 톤)과 비슷한 규모다.
양철호 LG화학 석유화학 경영전략담당 상무는 2024년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 이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른 글로벌 수요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데다 중동, 중국의 신·증설 지속으로 시황이 낙관적인 전망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2/1650356_662767_751.jpg)
■ 시황 개선은 어렵지만…中 때리기에 韓 '반사이익' 가능성
다만 중국업체들이 트럼프 관세를 의식해 감산에 돌입할 경우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과 동시에 '미국 에너지의 해방' 행정 명령과 '미국 우선주의 통상 정책' 각서에 사인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에는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와 함께 중국에 대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영국 정유·화학산업 전문 조사기관 ICIS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설날 연휴를 앞두고 폴리에틸렌(PE),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ICIS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두고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중국 시장 분위기가 침체됐다"며 "2월 1일부터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 석유화학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거나 점진적으로 줄이는 중이라고 ICIS는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정책 시행으로 당장의 시황 개선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에게 수혜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KB증권은 "올해도 석유화학 증설은 약 700~1000만톤이 예상돼 시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2차전지와 양극재도 수요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중 30D 폐지와 축소 가능성은 있지만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폐지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며 "보조금이 삭감되어도 중국 기업들에 고율 관세가 부여된다면 한국 업체들에게는 장기적으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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