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쟁력 약화로 위기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이달 중 구조조정 대책을 내놓는다. 자발적인 사업 재편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자금·금융·세제 인센티브를 집중 지원하고, 공정거래법 완화 등 제도 개선도 검토 중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관계 부처·업계와 협의를 거쳐 ‘석유화학산업 구조 재편 방안’을 마련하고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 이번 대책은 기업들이 중장기 사업계획과 손익 구조를 바탕으로 사업 매각, 합작법인 설립, M&A 등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지난 3~4년간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며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천NCC는 적자 누적에 따른 재무 악화로 유상증자 등 긴급 자금 수혈을 받는 등 위기 상황이 드러났다. 한국화학산업협회와 BCG의 분석에 따르면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3년 내 절반의 기업이 존속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실제 업계는 자구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대산·여수 공장의 스티렌모노머(SM) 라인과 나주 알코올 생산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은 대산 에틸렌글리콜 공장 가동을 멈추고 일부 라인을 정지시켰다. HD현대오일뱅크와의 NCC 설비 통합 운영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적용 완화, 기업결합 심사 간소화, 사전 협의 절차 단축 등 규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이 1980년대 석유화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적용을 한시 유예한 사례도 참고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납사·원유 무관세 연장 ▲에탄 저장시설 인허가 패스트트랙 ▲LNG 석유수입부과금 환급 ▲정책금융자금 3조원 이상 지원 ▲분산형 전력 거래 활성화 등 다양한 지원책도 포함된다. 더 나아가 고부가가치·친환경 소재 전환을 위한 세제 지원도 추진해 산업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현장을 방문해 “석유화학산업의 어려움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업계가 설비 조정과 사업 재편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